
아이들 저녁 메뉴를 고민하다 보면 늘 같은 생각이 맴돌 때가 있습니다. 고기도 먹여야 하고, 채소도 먹여야 하는데 반찬은 또 언제 만드나 싶은 그 답답함이요. 그러다 문득 샤브샤브가 떠올랐습니다. 식당에서 아이들 손 잡고 가면 신기하게도 잘 먹거든요. 고기도 잘 먹고, 버섯도 잘 먹고, 배추도 잘 먹고. 그 한 냄비 안에 다 들어있으니까요.
그래서 한번 집에서 만들어봤는데, 사 먹는 것과 맛이 거의 비슷하더라고요. 아이들도 잘 먹고, 저도 건강한 한 끼를 먹은 것 같아 마음이 흐뭇했습니다. 무엇보다 고기 구워주는 것보다 재료비도 덜 들고, 다른 반찬 따로 만들지 않아도 된다는 게 정말 좋았어요.
핵심은 육수와 소스입니다
샤브샤브 맛의 절반은 육수, 나머지 절반은 소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스키야키 소스 먼저 만들어 두세요. 물, 간장, 미림, 청주를 각각 100ml씩 넣고, 설탕은 밥숟가락으로 두 개(약 20ml) 넣습니다. 설탕이 녹을 때까지 끓이다가, 알코올 냄새가 날아갈 때까지 조금 더 끓이면 됩니다. 이 소스는 육수 간을 맞출 때도 쓰고, 찍어 먹는 소스를 만들 때도 씁니다.
찍어 먹는 소스는 참깨 소스와 땅콩 소스 두 가지를 만들면 좋습니다. 볶은 참깨나 땅콩을 믹서에 곱게 갈아서 스키야키 소스에 원하는 만큼 섞고, 와사비를 조금 넣으면 끝입니다. 이 소스는 살짝 콕 찍어 먹는 용도예요. 고기를 듬뿍 담가 먹고 싶다면 물로 조금 희석해서 쓰시면 됩니다. 참깨는 곱게, 땅콩도 될 수 있으면 곱게 갈수록 맛있습니다.
육수는 3인분 기준으로 멸치 8마리와 디포리 1마리를 기름 없이 팬에 먼저 볶아 주세요. 이 과정이 비린내를 잡아주고 구수한 맛을 끌어올려 줍니다. 여기에 물 1.5L와 다시마(5x10cm 크기)를 넣고 끓이다가, 다시마는 끓어오르면 바로 건져냅니다. 거품도 걷어내고, 처음에는 뚜껑을 열고 끓여야 비린내가 날아갑니다. 다진 마늘 두 쪽 분량을 넣고 뚜껑 닫아 15분 끓인 뒤, 불을 끄고 가쓰오부시 한 테이블스푼을 넣어 5분 두었다가 체에 걸러내면 완성입니다.
번거롭다면 동전 육수를 넣어 간단히 만들고, 찍어 먹는 소스도 시판 제품을 사서 쓰셔도 됩니다. 충분히 맛있어요.
채소 손질과 먹는 방법
채소는 대파 1대, 배추 5장, 양파 1/4개, 팽이버섯, 느타리버섯, 깻잎, 쑥갓, 목이버섯 정도면 충분합니다. 대파와 배추의 단단한 부분은 가늘게 직사각형으로 썰고, 양파는 얇게 채 써세요. 버섯은 밑동을 잘라내고, 깻잎은 돌돌 말아 썰어 넣으면 국물이 훨씬 고소해집니다. 쑥갓은 끝부분을 오래 끓이면 약간 쓴맛이 날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1인분 기준으로는 육수 400~500ml에 스키야키 소스를 60ml 정도 넣어 간을 맞춥니다. 처음부터 채소를 한꺼번에 많이 넣기보다, 고기와 채소를 조금씩 넣어 빨리 익혀 먹는 것이 맛있습니다.
여기에 라이스페이퍼까지 곁들이면 진짜 식당 부럽지 않습니다. 살짝 데친 채소와 고기를 라이스페이퍼에 싸서 소스에 찍어 먹으면 아이들도 너무 잘 먹어요. 손님 오셨을 때 내놓으면 보기에도 좋고 맛도 좋아서 금상첨화입니다.
남은 육수에는 밥을 육수 양의 1/3 정도 넣고 약불에 5분쯤 두면 죽이 됩니다. 여기에 참기름 조금, 달걀 하나 풀어서 부드럽게 저어가며 익히면 배가 든든하게 마무리됩니다. 당근이나 남은 깻잎을 썰어 넣으면 더 고소하고요.
궁금하셨죠
Q. 아이들도 먹을 수 있나요?
충분히 가능합니다. 스키야키 소스의 간이 좀 세기 때문에 아이 육수에는 소스 양을 절반 정도로 줄여 심심하게 맞춰 주세요. 찍어 먹는 소스도 따로 덜어서 물로 희석해 주면 됩니다. 와사비는 물론 생략하고요.
Q. 목이버섯이나 쑥갓이 없으면요?
없어도 전혀 상관없습니다. 집에 있는 버섯이나 채소로 자유롭게 대체하세요. 두부를 넣어도 잘 어울립니다.
Q. 육수를 미리 만들어 둬도 되나요?
네, 육수는 만들어서 식힌 뒤 냉동 보관해 두면 꺼내 쓸 수 있어서 편합니다.
Q. 남은 육수 처리가 걱정돼요.
그 부분이 저도 항상 마음에 걸렸는데요. 그래서 처음부터 육수 양을 조금 줄여서 딱 먹고 남은 만큼만 죽으로 만들어 먹는 식으로 조절하면 낭비 없이 깔끔하게 마무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