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가지와 토마토를 함께 끓일까요
처음에는 솔직히 심심한 맛 아닐까 싶었습니다. 가지도 토마토도 자극적인 재료가 아니니까요. 그런데 막상 끓여서 먹어보면 가지의 부드러운 식감이 토마토의 산미를 자연스럽게 감싸주면서 생각보다 깊고 둥근 맛이 납니다. 오래 끓일수록 가지가 녹듯이 풀어지면서 수프 질감이 굉장히 부드러워지고, 빵이랑 같이 먹으면 꽤 든든한 한 끼가 됩니다.
이 두 재료를 함께 쓰는 데는 맛 말고도 이유가 있습니다. 가지에는 안토시아닌이라는 항산화 성분이 들어 있는데,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능력이 토마토의 라이코펜보다 약 3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라이코펜은 토마토를 익혔을 때 흡수율이 생으로 먹을 때보다 훨씬 높아지기 때문에, 이 수프처럼 함께 익혀 먹는 방식이 두 성분을 가장 효율적으로 섭취하는 방법입니다. 두 채소 모두 저칼로리에 식이섬유가 풍부해서 포만감도 오래 가고 혈당 조절에도 도움을 줍니다.
재료와 만드는 법
<재료 (4~5인분)>
가지 5개 (600g)
토마토 4개 (600g)
양파 2개 (300g)
토마토 퓌레 600ml (없으면 스파게티소스 1~2국자+물1~2컵)
소고기 200g (닭고기나 삶은 콩으로 대체 가능)
다진 마늘 3스푼
올리브유 넉넉히
고형 카레 50g (분말 카레 대체 가능)
월계수잎 2~3장
버터 30g (생략 가능)
후추 약간
- 채소 손질
가지는 꼭지를 자르고 먹기 좋은 크기로 깍둑썰기 합니다. 토마토와 양파도 비슷한 크기로 썰어 준비합니다. - 센 불에서 볶기
밑이 두툼한 냄비에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를 넉넉히 두르고 가지, 토마토, 양파를 넣어 센 불에서 볶습니다. 가지와 토마토 자체에 수분이 충분하기 때문에 물을 따로 넣지 않아도 눌어붙지 않고 잘 볶아집니다. 채소 숨이 어느 정도 죽으면 다진 마늘을 듬뿍 넣고 바닥까지 잘 저어가며 볶아줍니다. 뚜껑을 덮고 5분 정도 그대로 둡니다. - 끓이기
토마토 퓌레를 넣고 고형 카레, 월계수잎, 소고기(또는 대체 단백질)를 넣어줍니다. 풍미를 위해 버터를 한두 조각 올려주면 좋습니다. 불을 줄이고 뚜껑을 덮어 10분 이상 푹 끓여주면 완성입니다.
직접 만들어보니
개인적으로는 토마토만 넣었을 때보다 가지가 들어가면 맛이 훨씬 둥글어진다고 느꼈습니다. 토마토의 새콤함이 너무 튀지 않고 은근한 단맛이 살아나서, 자극적이지 않은 편안한 맛이 됩니다. 올리브유를 마지막에 한 바퀴 둘러주면 향이 확 살아나는 것도 좋았습니다.
가지 손질에서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가지는 기름을 굉장히 빠르게 흡수하는 채소입니다. 세포 구조 안에 공기층이 많아서 스펀지처럼 기름을 빨아들이는데, 처음부터 오일을 너무 많이 넣으면 수프가 무겁고 느끼해질 수 있습니다. 센 불에서 짧게 먼저 볶아 수분을 날린 뒤 끓이는 편이 훨씬 깔끔했습니다.
토마토 산미를 줄인다고 설탕을 넣고 싶어지는 순간이 오는데, 한 번은 그렇게 했다가 맛이 애매하게 단 수프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가지토마토수프는 단맛보다 채소 자체의 감칠맛이 중요합니다. 양파를 충분히 볶아 자연 단맛을 내는 것이 훨씬 좋습니다. 양파를 볶으면 세포 안의 당분이 캐러멜화되면서 인위적인 단맛 없이도 수프 전체 맛을 부드럽게 잡아줍니다.
마늘과 후추는 생각보다 넉넉히 쓰는 게 잘 어울렸습니다. 가지는 향이 은은한 재료라 자칫 밍밍해질 수 있는데, 마늘향이 들어가면 맛 중심이 또렷해집니다. 바질이나 파슬리 같은 허브를 마지막에 살짝 올리면 분위기도 살고 향도 좋습니다.
수프를 너무 묽게 만들기보다 살짝 걸쭉하게 완성하는 편이 가지 식감과 잘 어울렸습니다. 믹서로 완전히 갈아도 부드럽고 맛있지만, 가지 조각을 조금 남겨두면 먹는 재미가 더 있었습니다. 한 냄비 가득 만들어 냉장 보관하면 일주일 내내 아침 한 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었습니다.
만들다 궁금하셨지요?
Q. 가지가 너무 물러지고 형태가 없어졌어요.
가지는 오래 끓이면 자연스럽게 풀어지는 채소입니다. 식감을 살리고 싶다면 끓이는 시간을 10분으로 줄이고 마지막에 넣는 방법도 있습니다. 반대로 완전히 풀어지는 질감을 원한다면 충분히 끓인 뒤 핸드블렌더로 살짝 갈아주면 더 부드러운 수프가 됩니다.
Q. 토마토 퓌레가 없어요.
스파게티소스 1~2국자에 물을 한두 컵 섞어 사용하면 됩니다. 다만 스파게티소스는 간이 되어 있기 때문에 소금이나 카레 양을 조금 줄여서 조절하는 것이 좋습니다.
Q. 고기 없이 채식으로 만들 수 있나요?
삶은 콩으로 충분히 대체됩니다. 병아리콩이나 강낭콩이 잘 어울리고, 단백질 보충도 되면서 수프에 씹는 맛이 생겨 더 든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