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스츄리생지는 온도 하나, 접는 방식 하나에 결과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겉은 바삭하게 부풀었는데 바닥은 축 처져 있거나, 크루아상 모양 만든다고 꽉꽉 말았더니 안에서 전혀 안 부풀고 그냥 돌덩이처럼 나온 적도 있었습니다. 애플파이를 처음 만들 때는 사과를 그냥 넣었다가, 굽는 동안 물이 줄줄 새어 나와서 '사과수프 파이'가 완성된 적도 있고요. 그래도 잘 구워졌을 때는 진짜 보상이 옵니다. 오븐 문을 여는 순간 버터 향이 퍼지면서 겹겹이 부풀어 오른 걸 보면, "내가 오늘 베이커리 사장인가?" 싶은 기분이 듭니다. 그 맛을 한 번 알고 나면 냉동실에 생지를 쟁여두게 됩니다. 아침으로 간단히 먹어도 좋고, 만드는 방법이 꽤 간단해서 아이와 함께 만들며 시간 보내도 좋습니다.
잼파이 (딸기잼 / 청포도잼 / 블루베리잼)
속이 있는 파이류는 수분 조절이 전부입니다. 잼을 너무 많이 넣으면 구울 때 흘러넘치고 바닥이 눅눅해지기 때문에, 욕심을 내려놓는 게 먼저입니다. 냉동 생지를 실온에 꺼내 살짝 말랑해질 때까지 해동합니다. 차가운 기운은 남아있어야 합니다.
생지를 한입 크기로 세로로 잘라줍니다. 손가락으로 가운데를 살짝 눌러 오목하게 만들고, 포크로 구멍을 몇 군데 내줍니다. 구울 때 불필요하게 부풀어 오르는 걸 막아줍니다. 가운데 오목한 부분에 잼을 적당량만 올립니다. 한 종류도 좋고, 여러 잼을 조금씩 나눠 올려도 색깔이 예쁩니다. 달걀노른자에 물을 약간 섞어 에그워시를 만들고, 생지 가장자리에 붓으로 살살 발라줍니다. 구웠을 때 먹음직스러운 색이 납니다. 190℃로 예열된 오븐에서 20분간 굽습니다. 딸기잼이 가장 무난하게 맛있고, 청포도잼은 새콤달콤해서 의외로 인기가 많습니다.
애플파이 / 귤잼파이
잼파이와 과정은 비슷하지만, 속재료에 수분이 많아서 한 단계가 더 필요합니다.
사과는 미리 팬에 살짝 볶아서 수분을 날려줍니다. 이 과정을 생략하면 굽는 동안 물이 흘러나와 바닥이 젖습니다. (저는 이걸 건너뛰었다가 '사과수프 파이'를 만든 적이 있습니다) 귤잼은 저는 집에 수제로 만들어놓은 잼이있어서 그것을 사용했습니다. 귤잼은 양을 적게 잡는 게 좋습니다. 이후 과정은 생지를 정사각형으로 놓고 가운데에 잼을 넣고 세모모양이 되게 접거나, 직사각형이 되게 접어서 맞닿은 부분을 포크로 꾹꾹 눌러 붙입니다. 그리고 달걀노른자에 물을 약간 섞어 에그워시를 만들고, 생지 윗부분에 붓으로 살살 발라줍니다. 그래야 구웠을 때 먹음직스러운 색이 납니다. 190℃로 예열된 오븐에서 20분간 굽습니다.
에그파이
계란물 양 조절이 핵심입니다. 가득 채우면 넘쳐서 생지 옆면이 젖어버립니다. 생지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컵 뚜껑이나 칼로 가운데 원형을 도려냅니다. 도려낸 부분 위에 생지를 한 겹 더 올려 테두리를 높여줍니다. 계란이 담길 공간을 만드는 것입니다.
바닥에 포크로 구멍을 콕콕 내줍니다. 들뜨는 걸 방지할 수 있습니다. 계란을 가운데 깨 넣고, 소금과 후추를 살짝 뿌립니다. 계란물은 80% 정도만 채우는 게 좋습니다. 가장자리에 에그워시를 발라주고 190℃에서 20분간 굽습니다.
계란이 클수록 생지도 넉넉하게 잘라야 합니다. 흘러넘치면 나중에 청소가 꽤 번거롭습니다.
크루아상
모양이 가장 그럴듯하게 나오는 빵입니다. 말 때 힘 조절만 잘 하면 됩니다. 생지를 이등변 삼각형 모양으로 자릅니다.
넓은 쪽 끝에서부터 끝을 향해 돌돌 말아줍니다. 이때 너무 꽉 말면 안에서 부풀지 못하고 돌덩이처럼 나옵니다. 살살 말아주세요.
끝부분이 아래로 가도록 팬에 올립니다. 올려두지 않으면 구울 때 풀립니다. 에그워시를 겉면에 골고루 발라줍니다. 이걸 바르면 색감이 확 달라집니다. 예열된 오븐에서 190℃에서 20분간 굽습니다.
소시지빵
짭짤하고 든든해서 아이들도 어른도 좋아하는 빵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게 제일 맛있더라고요. 제일 자주 해먹기도합니다.
소시지 크기에 맞게 생지를 넉넉하게 잘라줍니다. 정사각형으로 잘라도 좋습니다. 생지 가운데에 마요네즈를 짜고 골고루 펴 발라줍니다. 소시지를 올리고 체다 치즈를 반 장 정도 올립니다. 치즈를 올리면 풍미가 확 살아납니다. 소시지에 미리 칼집을 살짝 내두면 구울 때 터지는 걸 방지할 수 있습니다. 케첩과 허니머스터드를 조금씩 뿌려줍니다. 스리라차 소스를 뿌려도 맛있습니다. 에그워시를 가장자리에 발라주고 190℃에서 20분간 굽습니다. 다 구워지면 파슬리를 살짝 뿌려 마무리합니다. 이거 하나로 빵집 느낌이 납니다.
결국 이건 온도와 타이밍의 게임
레시피 자체는 복잡하지 않습니다. 속재료 넣고, 모양 잡고, 굽는 것인데요. 문제는 그 사이사이에 생지의 온도가 살아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생지가 너무 녹은 상태에서 구우면 버터가 다 빠져나오고, 바삭함 대신 눅진한 덩어리가 됩니다. 처음엔 한두 번 삐끗하더라도 그게 오히려 가장 좋은 공부가 됩니다.
한 번 제대로 만들어서 오븐 문 열었을 때 그 버터 향 맡아보시면, 그 뒤론 냉동실에 생지 두세 봉지 쌓아두는 게 자연스러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