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저도 된장찌개는 그냥 된장 풀고 끓이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혼자 살면서 직접 끓여보니 물만 맹맹하거나 짜기만 한 국물이 나오더라고요. 육수를 따로 내자니 번거롭고, 다시다 같은 조미료를 넣자니 화학조미료 특유의 뒷맛이 신경 쓰였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멸치가루를 활용하는 방법을 접했고, 실제로 써보니 예상 밖으로 깊은 맛이 나더라고요. 된장찌개를 맛있게 끓이려면 재료를 넣는 순서와 육수를 내는 방식, 그리고 된장의 종류에 따라 끓이는 타이밍을 조절하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멸치가루와 쌀뜨물로 육수 대신하기
된장찌개를 끓일 때 가장 고민되는 부분이 바로 육수입니다. 멸치와 다시마를 우려내면 좋다는 건 알지만, 매번 육수를 따로 내는 건 솔직히 번거롭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조미료에 의존하게 되는데, 저는 멸치가루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멸치가루란 국물용 멸치의 대가리와 내장을 제거한 뒤 볶아서 곱게 갈아놓은 가루를 말합니다. 여기서 대가리와 내장을 제거하는 이유는 쓴맛을 방지하기 위함인데, 멸치도 엄연히 뼈째 먹는 생선이기 때문에 내장 부위에서 잡내가 날 수 있습니다. 손질한 멸치를 마른 팬에 한 번 더 볶으면 수분이 증발하면서 비린내도 함께 날아갑니다. 이렇게 준비한 멸치를 믹서에 곱게 갈아 냉동실에 보관해 두면, 된장찌개나 김치찌개를 끓일 때 한 스푼만 넣어도 육수를 따로 내지 않아도 될 만큼 깊은 감칠맛이 올라옵니다.
실제로 제가 처음 멸치가루를 넣어봤을 때는 반신반의했습니다. 가루 한 스푼으로 뭐가 달라지겠나 싶었는데, 끓이는 동안 구수한 향이 확 퍼지더라구요. 특히 시판 된장을 사용할 때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시판 된장은 집된장에 비해 발효 깊이가 덜한 편인데, 멸치가루가 그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느낌이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건 쌀뜨물입니다. 쌀뜨물이란 쌀을 씻을 때 나오는 뿌연 물로, 녹말 성분이 풍부해 국물에 은은한 구수함과 부드러운 질감을 더해줍니다(출처: 농촌진흥청). 맹물 대신 쌀뜨물 3컵(약 600ml) 정도를 베이스로 사용하면 국물이 한결 부드럽고 깊어집니다. 저는 평소 밥을 할 때 쌀뜨물을 따로 모아두는 편인데, 이게 습관이 되니 된장찌개 끓일 때마다 자연스럽게 활용하게 되더라고요.
멸치가루를 만들 때 주의할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대가리와 내장을 깨끗이 제거할 것
- 손질 후 반드시 볶아서 수분과 잡내를 날릴 것
- 믹서에 갈 때 잘 갈리지 않으면 믹서를 흔들면서 갈 것
이렇게 준비한 멸치가루는 냉동 보관하면 몇 달간 사용할 수 있어 경제적이기도 합니다.
재료 넣는 순서와 된장 타이밍
된장찌개를 끓일 때 재료를 아무렇게나 넣으면 어떤 건 덜 익고 어떤 건 너무 물러져서 식감이 엉망이 됩니다. 저도 처음엔 감자, 호박, 두부를 한꺼번에 넣었다가 감자는 설익고 호박은 흐물흐물해진 경험이 있습니다. 재료를 넣는 순서에는 명확한 원칙이 있습니다.
먼저 익히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감자와 양파를 쌀뜨물이 끓기 시작할 때 넣어야 합니다. 감자는 전분질이 많아 익는 데 시간이 걸리고, 양파는 오래 끓일수록 단맛이 우러나 국물에 깊이를 더해줍니다. 감자와 양파는 엄지손톱 크기 정도로 비슷하게 잘라야 익는 시간이 균일해집니다. 뚜껑을 덮고 센 불에서 끓이다가 물이 끓어오르면 중불로 줄여 5분 정도 더 끓입니다.
그다음이 된장을 넣는 타이밍인데, 여기서 집된장과 시판 된장의 차이를 알아야 합니다. 집된장이란 전통 방식으로 메주를 띄워 장기간 발효시킨 된장으로, 발효 깊이가 깊어 오래 끓여도 맛이 유지됩니다. 반면 시판 된장은 공장에서 단기 발효시킨 제품이 많아, 오래 끓이면 된장 특유의 향이 날아가고 짠맛만 남습니다. 그래서 집된장을 쓸 때는 처음부터 넣어도 되지만, 시판 된장을 쓸 때는 채소가 어느 정도 익은 뒤에 넣는 게 좋습니다.
저는 보통 시판 된장을 쓰는데, 감자와 양파를 5분간 끓인 뒤에 된장 3스푼을 체에 거르듯 풀어 넣습니다. 여기에 고추장을 약 반 스푼 정도 추가하는데, 이건 제가 여러 번 시행착오를 겪으며 찾아낸 비율입니다. 고추장은 된장의 5분의 1에서 6분의 1 정도만 넣으면 됩니다. 고추장을 넣는 이유는 된장 특유의 텁텁한 맛을 줄이고 감칠맛을 끌어올리기 위함인데, 너무 많이 넣으면 고추장 맛이 강해져서 된장찌개가 아니라 고추장찌개가 되어버립니다. 제 경험상 이 비율이 딱 적당했습니다.
된장을 풀었으면 다진 마늘 1스푼과 멸치가루 1스푼을 넣습니다. 그리고 애호박, 두부, 청양고추, 대파 같은 나머지 재료를 모두 넣고 중불에서 5분 정도 더 끓입니다. 애호박과 두부는 오래 끓이면 형태가 무너지기 때문에 마지막에 넣는 게 핵심입니다. 청양고추는 칼칼한 맛을 더해 된장찌개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실제로 이 순서를 지키고 나서부터 국물 맛이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감자는 제대로 익어서 포슬포슬하고, 두부는 모양이 그대로 살아있으면서도 속까지 간이 배어 있었습니다. 된장찌개는 복잡한 요리가 아니지만, 이런 작은 순서 하나하나가 모여 맛을 완성한다는 걸 체감했습니다.
된장찌개를 끓이면서 느낀 건, 이 음식은 화려하지 않지만 정성을 들인 만큼 돌아오는 요리라는 점입니다. 멸치가루 한 스푼, 쌀뜨물 몇 컵, 재료 넣는 순서만 신경 써도 육수를 따로 내거나 조미료를 넣지 않아도 구수하고 깊은 맛을 낼 수 있습니다. 처음엔 귀찮아 보일 수 있지만, 한 번 익숙해지면 20분이면 충분히 끓일 수 있는 간편한 요리이기도 합니다. 갓 지은 밥 한 공기에 따끈한 된장찌개 한 그릇이면 하루의 피로가 풀리는 느낌이랄까요. 오늘 저녁 한번 끓여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