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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릅전 만들기 (손질법, 데치기, 부치는 법)

by 3dododo 2026. 3. 16.

두릅전 만들기
두릅전 만들기

두릅을 사면 가장 먼저 부딪히는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손질입니다. 가시 같은 게 붙어있고, 밑동은 단단하고, 어디까지 잘라야 할지 막연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영 감이 안 잡혔습니다. 그런데 몇 번 해보니 패턴이 보이더라고요.  두릅전은 손질만 제대로 하면 나머지는 일반 전 부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향 때문에 간단한 조리만으로도 맛이 살아납니다.

두릅 손질과 데치기가 맛을 결정한다

두릅은 두릅나무의 새순으로, 4월에 채취한 어린순을 식용으로 사용합니다. 여기서 새순이란 나무의 끝부분에서 새로 돋아나는 부드러운 싹을 의미합니다. 이 시기를 놓치면 억세지고 향도 약해지기 때문에 제철이 매우 짧습니다. 보통 4월 중순부터 5월 초까지가 두릅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기간입니다.

손질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먼저 밑동의 딱딱한 부분을 칼로 자릅니다. 이때 밑동을 잘라내면 붙어 있던 겉껍질이 깔끔하게 벗겨집니다. 그다음 줄기에 박혀 있는 가시를 칼등으로 긁어냅니다. 두릅에는 사포닌 성분이 많아 쓴맛과 떫은맛이 있는데, 여기서 사포닌이란 식물이 외부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천연 화합물입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이 성분은 데치는 과정에서 상당 부분 제거됩니다.

데치기 전에 한 가지 더 해야 할 게 있습니다. 두릅 밑동에 십자 칼집을 넣는 것입니다. 두릅은 잎 부분은 연하지만 줄기는 단단합니다. 칼집을 넣지 않으면 잎은 익었는데 줄기는 덜 익는 경우가 생깁니다. 십자 칼집은 줄기에 열이 빠르게 전달되도록 도와줍니다.

끓는 물에 소금 1큰술을 넣고 두릅을 데칩니다. 이때 중요한 건 순서입니다. 십자 칼집을 낸 밑동 부분을 먼저 물에 넣고 10초 정도 담갔다가, 그다음 전체를 넣어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단단한 줄기와 부드러운 잎이 동시에 적당히 익습니다. 데치는 시간은 30초에서 1분 정도가 적당합니다. 두릅이 진한 초록색으로 변하면 바로 건져냅니다. 너무 오래 데치면 물러져서 전을 부칠 때 모양이 흐트러지거든요.

데친 두릅은 찬물에 한 번 헹구고 물기를 꼭 짜줍니다. 물기가 남아 있으면 전을 부칠 때 기름이 튀고, 밀가루 반죽이 잘 붙지 않습니다. 손으로 밑동 부분만 잡고 지그시 눌러 짜내면 됩니다.

두릅전은 튀김가루가 아니라 밀가루로 부쳐야 한다

두릅전을 부칠 때 밀가루를 쓸지, 튀김가루를 쓸지 고민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튀김가루는 밀가루에 옥수수 전분과 베이킹파우더가 섞인 혼합 가루입니다. 여기서 옥수수 전분이란 옥수수에서 추출한 녹말로, 튀김옷을 바삭하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튀김이나 바삭한 식감이 필요한 요리에는 적합하지만, 두릅전에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제가 직접 두개 다 해봤는데, 튀김가루로 부치면 겉이 너무 두꺼워지고 두릅 향이 묻힙니다. 두릅전은 두릅 자체의 향과 식감을 즐기는 요리입니다. 밀가루를 얇게 묻히고 계란물만 입혀서 부치는 게 훨씬 낫습니다. 계란물도 너무 두껍게 입히면 안 됩니다. 살짝 묻히는 정도로 충분합니다.

두릅전을 부칠 때는 여러 개를 한꺼번에 묶어서 부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른바 '정성전' 방식입니다. 두릅 3~4개를 나란히 놓고, 밀가루를 묻힌 뒤 계란물을 입혀서 한 장처럼 부칩니다. 이렇게 하면 나중에 손으로 찢어 먹을 수 있어서 먹기도 편하고, 한 번에 여러 개를 처리할 수 있어 조리 시간도 줄어듭니다.

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약불로 달굽니다. 기름이 충분히 달궈진 후에 두릅을 올려야 계란물이 빠르게 익으면서 두릅이 고정됩니다. 차가운 팬에 올리면 계란물이 번지고 두릅이 흐트러집니다. 앞뒤로 노릇하게 지져내면 완성입니다.

완성된 두릅전은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가장 무난합니다. 간장에 찍어 먹어도 괜찮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는데, 막걸리와 정말 잘 어울립니다. 특히 생막걸리처럼 텁텁한 맛이 있는 술과 먹으면 두릅의 쌉쌀한 맛이 입안을 정리해 줍니다.

두릅전의 핵심 조리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밑동 십자 칼집 → 데칠 때 줄기와 잎이 동시에 익음
  • 소금물에 30초~1분 데치기 → 쓴맛 제거 및 색 고정
  • 밀가루 얇게 + 계란물 → 두릅 향 보존
  • 약불에서 천천히 지지기 → 겉은 바삭, 속은 부드럽게

국내 두릅 재배 면적은 약 350ha 정도로, 산나물 중에서는 그리 많은 편이 아닙니다(출처: 농촌진흥청). 그만큼 제철에만 잠깐 나왔다가 사라지는 귀한 식재료입니다. 5월이 지나면 구하기 어렵습니다. 계절이 주는 맛은 그래서 더 소중합니다.

 

저는 처음 두릅을 먹었을 때 쓴맛이 강해서 별로였습니다. 어릴 때는 입에도 안 댔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서른을 넘고 나서 어느 봄에 두릅전을 먹었는데, 그 쓴맛이 갑자기 맛있게 느껴졌습니다. 미각이 변한 건지, 아니면 봄이라는 계절이 그 맛을 맞게 만들어주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좋아하지 않던 걸 어느 순간 좋아하게 되는 경험이 음식에서는 유독 잦은 것 같습니다. 지금은 두릅이 나왔나 슬쩍 살펴보는 계절이 됐습니다. 맛있는 제철 음식이 사람의 입맛을 조금씩 바꿔놓는 것 같습니다.

두릅전은 특별한 재료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두릅, 밀가루, 계란, 소금, 기름만 있으면 됩니다. 하지만 그 단순함 속에 봄의 향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제 남편이 일을 갔다가 같이 일하는 분께서 직접 캔 것이라며 두릅을 주셨다고 가져왔는데, 그때 먹은 두릅의 맛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때는 두릅의 맛을 알기 전이었는데도 말입니다. 4월이 지나면 두릅은 사라집니다. 짧은 계절에만 맛볼 수 있는 것들은, 그래서 더 귀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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