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에는 "배추에 반죽만 입혀 부치면 되겠지" 하고 가볍게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물기 하나, 불 조절 하나에 따라 완전히 다른 요리가 되더라고요. 배추전, 단순해 보이지만 은근히 변덕스러운 음식입니다.
그래도 몇 번 실패를 겪고 나니 오히려 실패 속에서 균형을 맞추는 재미가 생겼고, 지금은 부담 없이 자주 해먹는 음식이 되었습니다. 겉은 살짝 바삭하고 안쪽은 촉촉하게 익으면서 배추 특유의 달큰함이 올라오는 그 순간이 가장 맛있습니다. 점점 양념을 덜어내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쪽으로 만들게 된 것도 그 이유입니다.
바삭함의 비밀은 반죽전에 결정됩니다
<재료>
배추 300g(3~4장), 청양고추 2개, 홍고추 1개, 부침가루 6큰술, 감자전분 3큰술, 참치액 ½큰술, 물 2큰술
양념장 — 진간장 2 : 식초 1 : 물 1 비율로 섞어주세요.
배추는 씻은 뒤 물기를 충분히 털어주세요. 줄기 부분은 반으로 갈라 얇게 썰고, 잎 부분은 조금 두툼하게 썰어줍니다. 줄기는 익는 속도가 잎보다 느리고 간도 잘 배지 않는 편이라, 썰고 나서 참치액을 먼저 넣고 살살 버무려 간을 해두세요. 이 과정이 줄기 특유의 심심한 맛을 잡아주는 포인트입니다.
청양고추와 홍고추는 잘게 썰어 준비합니다. 동글동글하게 두껍게 썰면 반죽에서 빠지기 쉬우니 조금 작게 잘라주세요.
준비한 배추에 부침가루와 감자전분을 바로 넣고 섞어줍니다. 물은 넣지 않고 가루째 버무리면 배추에 남은 수분만으로도 가루가 잘 붙습니다. 그래도 바닥에 가루가 조금 남는다 싶으면 물을 한두 큰술만 옆으로 살짝 넣어주세요. 반죽이라기보다 가루가 배추에 살짝 엉기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이때 썰어둔 고추도 함께 넣고 섞어줍니다.
제가 가장 많이 실수했던 부분이 바로 여기입니다. 배추 물기를 제대로 빼지 않고 반죽을 입혀 부쳤더니, 팬 위에서 지글거리는 소리는 나는데 바삭하게 익는 게 아니라 질척하게 풀어지면서 배추전 찜이 되어버렸습니다. 반죽도 너무 두껍게 입히면 배추 맛은 사라지고 밀가루 맛만 강하게 남습니다. 코팅한다는 느낌으로 얇게 입히는 게 핵심입니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손으로 반죽을 올려줍니다. 처음에는 강불로 시작해서 겉면을 빠르게 잡아준 다음 중불로 낮춰 천천히 익혀주세요. 팬에 한 번에 너무 많이 올리면 온도가 떨어지면서 바삭함이 사라지니, 여유 있게 나눠서 굽는 게 좋습니다. 뒤집기 어려우시면 접시를 위에 덮고 뒤집는 방법을 써보세요. 노릇하게 익으면 완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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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감자전분을 꼭 넣어야 하나요?
넣으면 확실히 바삭함이 달라집니다. 부침가루만 쓰면 조금 두툼하고 부드러운 식감이 나는데, 감자전분을 함께 넣으면 겉이 더 얇고 바삭하게 익습니다. 없으시면 부침가루만 써도 되지만, 있다면 꼭 함께 넣어보세요.
Q. 참치액 대신 쓸 수 있는 게 있나요?
국간장이나 소금으로 대체 가능합니다. 참치액은 줄기 부분에 은근한 감칠맛을 더해주는 역할인데, 양이 아주 소량이라 대체해도 맛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Q. 배추 물기를 충분히 뺐는데도 질척해집니다.
반죽 농도가 너무 묽거나, 팬 온도가 충분히 오르지 않은 상태에서 올렸을 가능성이 큽니다. 팬을 충분히 예열하고 기름이 달궈진 상태에서 올려야 겉이 바로 잡히면서 바삭하게 익습니다.
Q. 양념장 비율이 조금 시큼한데 조절해도 되나요?
물론입니다. 식초 비율을 줄이고 물을 조금 더 넣어 주세요. 단맛을 원하시면 설탕이나 매실청을 조금 추가하면 먹기 편한 양념장이 됩니다.
Q. 아이와 함께 먹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청양고추를 빼고 홍고추도 양을 줄여주세요. 매운맛 없이도 배추의 달큰함 덕분에 아이들이 의외로 잘 먹습니다. 양념장 대신 케첩이나 순한 간장에 찍어주면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반죽에 참치액 대신 소금을 아주 소량만 넣어 간을 조절하면 더 순한 맛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