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냉장고에 새송이버섯이 있으면 저는 꽤 자주 이 요리를 꺼내 듭니다. 재료도 간단하고, 시간도 많이 걸리지 않는데 막상 완성해서 먹어보면 "오늘 밥상 제대로다" 싶은 느낌이 남거든요. 처음엔 그냥 반찬 하나 채우려고 만들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일부러 새송이버섯을 사다 놓게 됐습니다.
칼집 하나가 맛을 바꿉니다
<재료 준비>
새송이버섯 4개, 마늘 9~10쪽, 쪽파 적당량
식용유 1T, 버터 2T, 간장 1T, 굴소스 1/2T, 올리고당 1/2T, 맛술(또는 미림) 1T
※ 1T=밥숟가락 기준 / 버터는 식용유로 대체 가능 / 간이 부족하면 소금·후추로 마무리
버섯 손질은 단순한 것 같아도 이 단계에서 맛의 차이가 꽤 납니다.
밑동을 잘라낸 뒤 3~4등분으로 썰고, 윗면과 아랫면 모두에 격자무늬로 칼집을 넣어주세요. 이때 칼집은 너무 깊지 않게 얕게 내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처음에 저도 양념이 잘 배라고 깊게 팍팍 칼집을 냈더니, 굽는 과정에서 버섯이 조각조각 찢어지고 수분도 빠르게 날아가서 식감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살짝 자국만 내듯 얕게 넣으면 양념도 잘 배고 모양도 먹음직스럽게 살아납니다.
마늘은 편으로 썰고 나서 잘게 다져주세요. 쪽파는 총총 썰어서 함께 준비해두면 됩니다.
노릇하게 굽는 것이 전부입니다
예열한 팬에 식용유 1T를 먼저 두르고, 버터 2T를 넣어 녹여주세요. 버터 없이 식용유만 사용하셔도 충분합니다. 다만 제가 써본 결과, 처음부터 버터를 너무 많이 넣으면 온도가 올라가면서 쉽게 타고 쓴맛이 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식용유를 소량만 두른 뒤 버섯을 먼저 굽고, 마지막 단계에 버터를 넣는 방식이 풍미도 더 깔끔하고 안정적이었습니다.
버섯을 팬에 올린 다음에는 중약불에서 충분히 기다려주세요. 자꾸 뒤집으면 안 됩니다. 버섯은 열을 받으면 세포 안에 있는 수분이 빠져나오는데, 이 수분이 다 증발하기 전에 뒤집으면 버섯이 물에 잠기다시피 하면서 흐물흐물해집니다. 한 면이 확실하게 노릇한 색을 낸 다음 뒤집어야 버터 향도 고르게 배고 쫄깃한 식감도 살아납니다. 팬 위에서 지글지글 소리가 나면서 고소한 냄새가 퍼질 때, 그 순간이 사실 이 요리에서 제일 기분 좋은 순간이기도 합니다.
앞뒤로 잘 구워지면 버섯을 팬 한쪽으로 밀어두고 다진 마늘과 쪽파를 넣어 볶아줍니다. 마늘이 살짝 갈색빛을 띠면서 향이 올라오기 시작하면, 간장 1T, 굴소스 1/2T, 올리고당 1/2T를 넣고 버섯과 함께 잘 섞어줍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너무 오래 볶지 않는 것입니다. 1분 이내로만 볶아주세요. 마지막으로 맛술 1T를 넣고 양념을 살짝 졸이면서 마무리합니다.
새송이버섯은 생각보다 간이 빨리 배는 채소입니다. 굴소스와 간장을 함께 쓰는 레시피인 데다 버터 자체에도 풍미가 있어서, 간은 약하게 시작하는 쪽이 훨씬 낫습니다. 조금 부족하다 싶으면 소금과 후추로 마무리하면 됩니다. 후추를 마지막에 살짝 뿌려주면 향이 또렷해지고, 쪽파를 올리면 집밥인데도 꽤 그럴싸한 분위기가 납니다.
먹어보니
새송이버섯은 영양 면에서도 꽤 괜찮은 식재료입니다. 칼로리가 낮고 식이섬유가 풍부해서 포만감은 주면서도 부담이 적습니다. 특히 새송이버섯에는 베타글루칸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는데, 이 성분이 면역 기능을 돕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고기 대신 버섯으로 반찬을 만들어 먹는 날이 늘어날수록, 자연스럽게 식단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드는 것도 그 이유가 있는 셈입니다.
버터구이라고 해서 기름진 음식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버터는 소량만 써도 풍미가 충분히 납니다. 굳이 레시피대로 다 넣지 않아도 되고, 적게 써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맛이 나옵니다. 오히려 버터를 줄이고 올리브유로 대체하면 더 담백하게 즐기실 수 있습니다. 다이어트 중이시거나 기름기를 줄이고 싶다면 그 방향으로 응용해 보셔도 좋습니다.
두껍게 썰어 노릇하게 구운 새송이버섯은 버섯 특유의 물컹한 식감 없이 탱탱하고 쫄깃합니다. 고기를 먹는 것과는 다르지만, 씹히는 식감이 꽤 묵직해서 버섯을 잘 안 드시는 분도 비교적 거부감 없이 드시는 편이었습니다. 버터와 마늘이 만들어내는 고소한 향, 간장과 굴소스의 짭조름한 감칠맛이 어우러지면서 생각보다 훨씬 풍성한 맛이 납니다.
한 가지 꼭 말씀드리고 싶은 건, 이 요리는 뜨거울 때 바로 먹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식으면 버터 향이 조금 무거워지고 식감도 줄어드는데, 팬에서 막 나온 상태가 진짜입니다. 간단한 재료인데도 먹고 나면 은근히 "오늘 잘 먹었다" 싶은, 그런 메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