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CCA 주스를 들었을때, 사과에 당근에 양배추라니, 맛은 둘째 치고 냄새부터 걱정이 앞서더군요. "건강한 맛 = 맛없음"이라는 편견이 머릿속에 단단히 자리 잡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만들어 마셔보니 생각보다 훨씬 먹기 편했습니다. 사과가 전체적인 맛을 부드럽게 잡아주고, 당근이 은근한 단맛을 더해주어서 양배추 향이 걱정만큼 튀지 않았습니다. 비율만 잘 맞추면 양배추는 뒤에서 살짝 받쳐주는 정도로만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꾸준히 마신 후에 느낀 변화는 드라마틱하지는 않았습니다. 몸이 갑자기 달라지는 마법 같은 건 없었고요. 다만 기름진 음식을 먹은 다음 날 마시면 속이 한결 가벼워지는 느낌이 있었고, 화장실 리듬이 조금씩 일정해지더라고요. 해독주스라는 이름보다는 "꾸준한 컨디션 관리용"이라고 생각하고 마시는 게 더 맞는 것 같습니다.
재료와 두 가지 만드는 법
CCA는 캐롯(Carrot), 캐비지(Cabbage), 애플(Apple)의 앞 글자를 딴 이름입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암센터에서 환자들의 아침 식사로 권장한다는 이야기도 있을 만큼 꽤 알려진 조합이지요.
<오리지널 버전 재료>
사과 1개, 양배추 200~400g, 당근 1개
<초보자용 재료>
사과1개, 당근 1개, 양배추 200g,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2큰술, 물 300ml
만드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입니다.
생채소 버전은 당근을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고, 잔류 농약이 걱정되면 물에 5분 정도 담가둡니다. 사과는 4등분해서 씨만 제거하고 잘게 썬 뒤 믹서기 바닥에 먼저 깔아줍니다. 수분이 나와서 재료가 훨씬 잘 갈립니다. 양배추와 당근도 잘게 썰어 넣고 곱게 갈아주면 완성입니다. 꽤 걸쭉해서 숟가락이로 떠먹어야 할 정도 입니다. 한번에 200~300ml 정도 드시면 됩니다.
찐채소 버전은 위가 약하거나 생채소를 먹으면 가스가 차는 분들께 권합니다. 양배추와 당근을 적당한 크기로 썰어 찜기에 넣고 4분만 쪄줍니다. 생채소의 흡수율이 약 8% 수준이라면, 찌면 60~70%까지 올라간다고 합니다. 효소는 줄어들지만 소화는 오히려 더 잘 됩니다. 한 김 식힌 뒤 사과, 물 300ml,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2큰술과 함께 믹서기에 넣고 갈아줍니다. 당근은 지용성 비타민이라 기름과 함께 먹으면 흡수율이 훨씬 높아지기 때문에 올리브 오일을 꼭 넣어주세요.
마시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것들
처음 시작할 때는 150ml 정도로 작게 시작해서 천천히 양을 늘려가는 게 좋습니다. 단맛이 부족하다면 바나나 반 개나 알룰로스를 조금 넣어도 됩니다. 만들어둔 주스는 다음 날까지 마실 수 있고, 색이 살짝 변하거나 층이 분리되면 잘 흔들어 드시면 됩니다. 저는 당근과 양배추를 3일치 정도 미리 쪄서 냉장 보관해두고, 아침마다 사과만 추가해서 갈아 마십니다. 이 방법이 생각보다 훨씬 편하더라고요.
한 가지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믹서기 대신 착즙기는 쓰지 마세요. 혈당을 급격히 올리지 않고 배변을 도와주는 핵심이 바로 섬유질인데, 착즙기를 쓰면 그 섬유질을 전부 걸러내버리게 됩니다.
공복에 마시는 게 무조건 좋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속이 예민한 날은 오히려 쓰리거나 더부룩할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 "건강하니까 많이 먹자" 싶어서 양배추를 듬뿍 넣었다가 하루 종일 배가 부글거렸던 경험이 있습니다. 양배추는 처음엔 적게 넣고 서서히 늘려가시길 권합니다. 당근도 과하게 오래 드시면 피부가 노랗게 보일 수 있으니 적정량을 지키는 게 좋습니다.
레몬 몇 방울을 넣으면 맛이 한층 살아납니다. 말하자면 주스계의 리셋 버튼 같은 역할입니다. 그리고 차갑게 마시는 것보다 실온이나 미지근하게 마시는 게 속에 훨씬 부담이 덜합니다.
드라마틱한 변화를 기대하고 시작하면 실망하기 쉽습니다. 이 주스는 조용히, 잔잔하게 속을 다듬어주는 루틴에 가깝습니다. 처음부터 너무 큰 기대보다는 "아침에 속을 부드럽게 열어주는 한 컵" 정도로 생각하고 시작해보시면 꾸준히 이어가기 훨씬 쉬울 거예요.
만들다 막히셨나요?
Q. 양배추 냄새가 너무 강하게 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양배추를 생으로 넣으면 특유의 향이 올라올 수 있습니다. 찐채소 버전으로 만들면 열을 가하면서 향이 많이 부드러워지고요, 사과 비율을 조금 높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레몬 몇 방울 넣으면 잡내가 잡히면서 맛도 훨씬 산뜻해집니다.
Q. 당근 껍질을 꼭 안 벗겨도 되나요?
네, 벗기지 않는 게 오히려 좋습니다. 당근은 껍질 쪽에 영양이 많이 몰려 있거든요. 다만 흙당근을 사용하신다면 흐르는 물에 솔로 꼼꼼히 씻어주시고, 농약이 걱정된다면 5분 정도 물에 담가두셨다가 사용하시면 됩니다.
Q. 사과 종류는 어떤 걸 써도 되나요?
어떤 품종이든 크게 상관없습니다. 다만 단맛이 강한 사과를 쓰면 전체적인 맛이 훨씬 부드러워집니다. 부사나 홍로처럼 단맛이 있는 품종이 마시기 편하고, 새콤한 품종은 레몬 없이도 상큼한 맛을 낼 수 있습니다.
Q. 하루에 몇 번, 언제 마시는 게 좋을까요?
보통 하루 한 번, 아침에 마시는 걸 권합니다. 공복보다는 가볍게 뭔가 드신 후에 마시거나, 속 상태를 보면서 조절하시는 게 좋습니다. 위가 예민한 분들은 공복 직후보다 식사 중간이나 후에 드시는 게 부담이 덜합니다.
Q. 아이들도 마셔도 될까요?
재료 자체는 아이에게도 안전한 식재료입니다. 다만 올리브 오일이 들어가는 찐채소 버전보다는, 생채소 버전에서 양배추 양을 줄이고 사과를 조금 더 넣어 단맛을 높이면 아이들도 거부감 없이 마실 수 있습니다. 처음엔 소량부터 시작해서 아이 반응을 보면서 양을 늘려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