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미역줄기볶음을 먹어본 건 한정식집에서였습니다. 해산물이라면 다 좋아하는 편이라 밑반찬으로 나온 미역줄기볶음을 별 기대 없이 집어 들었는데, 한 입 먹는 순간 '이게 뭐지?' 싶었어요. 꼬들꼬들한 식감에 고소하고 짭짤한 맛이 어우러지는 게 정말 독특하고 맛있었습니다. 주메뉴는 거의 안 먹고 미역줄기볶음만 리필해가면서 먹다 나온 기억이 있을 정도로요.
그 뒤로 집에서도 자주 해먹게 됐는데, 마트에 가보니 재료값도 싸고 양도 넉넉해서 해먹기에 참 좋더라고요. 아이들한테도 해줬더니 꼬들꼬들한 식감이 재미있는지 냠냠 잘 씹어 먹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습니다. 저녁에 아이들 재워놓고 혼자 맥주 한 캔 마실 때 안주로 꺼내 먹으면 또 그게 꽤 잘 어울립니다. 건강하기까지 하니 이보다 좋은 안주가 없더라고요.
오늘은 비린내는 잡고 오도독한 식감은 살린 미역줄기볶음 만드는 법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손질이 반입니다
마트에서 파는 미역줄기는 대부분 염장 상태입니다. 300g 기준으로 준비하면 두 끼 정도 먹을 수 있어요.
먼저 찬물에 서너 번 바락바락 주물러가며 소금기를 빼줍니다. 이때 뜨거운 물은 쓰지말고, 찬물로만 해주세요. 10분 정도 담가두면 먹을 만한 짠맛이 남는데, 그 상태에서 물기를 짜고 먹기 좋게 5cm 길이로 썰어줍니다.
그리고 맛술절임을 해줄겁니다. 생수 2컵에 맛술 50cc를 넣고 썰어둔 미역줄기를 10분간 담가두는 거예요. 맛술이 미역줄기 특유의 비린내를 잡아주고 식감도 더 부드럽게 만들어줍니다. 이 단계가 맛의 차이를 꽤 크게 만듭니다.
절이는 동안 채소를 손질합니다. 양파와 당근은 얇게 채 썰고, 대파 흰 부분은 아주 얇게 송송 썰어두세요. 다진 마늘도 준비합니다.
볶는 순서가 핵심입니다
팬을 강불로 달구고 카놀라유나 포도씨유를 3큰술 넉넉히 둘러줍니다. 발연점이 높은 기름을 쓰는 이유는, 3분 이상 볶아야 하기 때문이에요. 기름이 달궈지면 대파를 먼저 넣어 파 기름을 냅니다. 파 향이 올라오면 절여둔 미역줄기를 물에 헹구지 말고 그대로 꽉 짜서 넣어줍니다. 헹구면 맛술 기운이 사라지니까요. 이 상태로 3분 정도 충분히 볶아줍니다. 중요한 건 채소를 바로 넣지 않는 것입니다. 미역줄기가 충분히 볶아진 다음에 채소를 넣어야 해요. 처음부터 같이 넣으면 채소에서 나오는 수분 때문에 비린 맛이 다시 올라올 수 있거든요. 미역줄기가 어느 정도 볶아지면 양파, 당근, 다진 마늘을 넣고 식용유 1큰술을 추가해서 함께 볶아줍니다. 색이 예쁘게 날 때까지 나른하게 볶아주세요.
간은 진간장 1큰술, 국간장 1큰술, 매실청 1큰술로 맞춥니다. 간을 넣고 한 번 더 볶은 다음 불을 끄고, 팬에서 꺼내 넓게 펼쳐서 식혀주세요. 뜨거운 상태에서 담아두면 비린 맛이 올라올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깻가루와 통깨를 뿌려 마무리합니다.
만들다 보면 한 번쯤 드는 궁금증들
Q. 맛술이 없으면 어떻게 하나요?
청주나 소주로 대체하셔도 됩니다. 맛술보다 단맛은 덜하지만 비린내 잡는 역할은 충분히 해줍니다. 청주가 있다면 청주를 먼저 쓰시길 권합니다.
Q. 카놀라유 대신 참기름을 써도 되나요?
볶을 때 참기름은 적합하지 않습니다. 발연점이 낮아서 강불에 오래 볶으면 금방 타버리거든요. 볶음이 다 끝난 후 마무리로 소량 넣어 향을 더하는 용도로는 좋습니다.
Q. 다 만들었는데도 비린 맛이 나요. 왜 그런 건가요?
십중팔구 뜨거운 상태에서 바로 담아뒀기 때문입니다. 미역줄기 특유의 바다 향이 열기와 만나면 더 강하게 올라오거든요. 넓은 접시에 펼쳐서 충분히 식혀주시면 많이 줄어듭니다. 식힌 후 간을 최종 확인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Q. 냉장 보관하면 얼마나 가나요?
냉장으로 3일에서 4일 정도는 충분히 드실 수 있습니다. 오히려 하루 지나면 간이 더 잘 배어서 맛있다는 분들도 많아요. 다만 보관할 때는 꼭 밀폐 용기에 넣어두세요.
먹기 전 한 가지만 기억하세요
미역줄기볶음은 뜨거울 때보다 한 김 식혀서 먹어야 훨씬 맛있습니다. 간을 최종적으로 확인할 때도 식힌 후에 해야 정확하게 맞출 수 있어요. 재료도 저렴하고 만들기도 어렵지 않으니, 이번 주말에 한 번 만들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오도독하는 식감에 한 번 빠지면 자꾸 손이 가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