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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븐 없이 만드는 고소한 쌀빵

by 3dododo 2026. 5. 27.

쌀빵

밀가루 빵을 먹으면 속이 더부룩한 날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굳이 글루텐 프리를 고집하는 편은 아닌데, 어느 날 문득 쌀로 빵을 만들면 어떨까 싶었어요. 오븐도 없고, 거창한 도구도 없이 프라이팬 하나로 도전해 봤는데, 결과가 꽤 마음에 들어서 이렇게 정리해 봅니다. "쌀가루로 빵이 제대로 될까?" 싶었는데, 완성된 쌀빵을 한 입 먹는 순간 누룽지처럼 고소하고, 백설기처럼 담백한데, 폭신함은 빵에 가까운 이 묘한 조합이 생각보다 매력적이었어요. 밀가루 빵보다는 묵직하고, 떡보다는 가볍습니다. 그냥 먹어도 맛있고, 카레에 찍어 먹으면 또 다른 맛이 납니다.

 

재료와 계량 (20cm 프라이팬 기준)

*계량 기준: 저울(g), 밥스푼(Tbsp), 티스푼(tsp) — 계량스푼이 아닙니다.

쌀가루 200g
설탕 20g (2스푼)
인스턴트 드라이이스트 4g (0.5스푼)
소금 3g (1티스푼)
올리브오일 10g (1스푼) — 식물성 식용유 가능
따뜻한 우유 230ml

반죽과 발효, 쌀가루는 밀가루보다 예민합니다

쌀빵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단계가 바로 이 반죽과 발효입니다. 밀가루 반죽이라면 조금 넉넉하게 넣어도 어느 정도 보정이 되는데, 쌀가루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 이유가 있어요. 밀가루에는 글루텐이 형성되어 반죽에 점탄성이 생기지만, 쌀가루에는 글루텐이 없습니다. 대신 전분이 수분을 흡수하여 구조를 잡아주는데, 이 흡수력이 쌀가루 종류마다 다릅니다. 강력쌀가루와 박력쌀가루 모두 사용 가능하지만, 어떤 제품이냐에 따라 같은 양의 우유를 넣어도 반죽의 묽기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우유는 반드시 두세 번에 나눠 넣으면서 상태를 확인해야 합니다. 적정 반죽 농도는 주걱으로 들었을 때 천천히 떨어지면서 "계단 모양"이 생겼다가 3초 후에 사라지는 정도입니다. 이보다 묽으면 구웠을 때 속이 떡처럼 질척하게 나오고, 너무 되면 발효가 잘 되지 않아 단단한 빵이 됩니다.
반죽 순서도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따뜻한 우유에 이스트와 설탕을 먼저 녹여주고, 쌀가루와 소금은 따로 미리 섞어둔 뒤 합쳐줍니다. 소금이 이스트에 직접 닿으면 삼투압 작용으로 이스트 세포의 수분을 빼앗아 활성을 떨어뜨릴 수 있거든요. 올리브오일은 맨 마지막에 넣습니다. 유지 성분이 너무 일찍 들어가면 가루와 수분이 결합하는 것을 막아서 반죽이 제대로 잡히지 않을 수 있어요.
1차 발효는 36~37℃ 정도 되는 따뜻한 곳에서 반죽이 두 배로 부풀 때까지 진행합니다.
약 50분이 소요되는데, 겨울에는 특히 온도 관리가 중요합니다. 따뜻한 물을 담은 볼 위에 반죽 그릇을 올려두는 방법이 가장 간단하고 효과적이었습니다. "쌀가루니까 발효는 크게 중요하지 않겠지" 싶어 대충 넘겼다가 딱딱한 빵이 나온 적이 있었는데, 발효를 충분히 하고 나서부터는 훨씬 폭신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어요.
1차 발효 후에는 반죽을 잘 섞어 가스를 빼줍니다. 이 과정이 내부 기포를 균일하게 정리해줘서 속이 고르게 익는 데 도움이 됩니다.

프라이팬 굽기

20cm 프라이팬을 중불로 5초간 달군 뒤, 손바닥을 가까이 댔을 때 따뜻한 기운이 느껴지는 정도가 되면 식용유로 코팅합니다. 반죽을 팬에 붓고 나서 팬을 살살 두드리거나 흔들어 표면을 고르게 만들어줍니다. 그다음 호일로 뚜껑을 만들어 덮고 20~30분간 그대로 둡니다. 이 2차 발효동안 반죽이 한 번 더 부풀어 오르면서 속이 폭신해질 준비를 합니다. 발효가 끝나면 불을 최대한 약하게 줄이고 13분정도 천천히 익혀줍니다. 프라이팬은 달아오르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그냥 두면 어느새 바닥만 타고 안쪽은 생반죽인 상태가 되기 쉽습니다. 2분 정도 굽다가 불을 30초 끄고, 다시 켜는 방식을 반복하면 팬 온도가 지나치게 올라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화력이 약한 휴대용 가스버너를 쓰면 이 온도 조절이 훨씬 수월합니다. 윗면을 살짝 눌렀을 때 탄탄하게 굳은 느낌이 들면 뒤집을 타이밍 입니다. 접시를 위에 올리고 한 번에 뒤집은 뒤 팬으로 다시 옮겨, 약불에서 뒷면을 5분 정도 더 구워줍니다. 다 익었는지 확인할 때는 꼬치로 가운데를 찔러보세요. 반죽이 묻어나지 않으면 완성입니다.
구워진 쌀빵은 따뜻할 때 겉은 살짝 바삭하고 속은 말랑쫀득합니다. 식으면 조금 더 쫀득한 식감으로 변하는데, 이것 역시 나름의 매력이 있어요. 올리브오일을 넣었기 때문에 다음 날에도 퍽퍽함이 덜합니다. 냉동 보관 후 전자레인지에 살짝 데우면 갓 구운 느낌이 꽤 살아납니다.


아이들 간식으로 응용할 때는 치즈나 옥수수를 반죽에 넣어보세요. 단맛보다 고소한 풍미가 더해져서 잘 어울립니다.

주의할 점을 몇 가지 정리하면, 굳기 전에 너무 자주 뒤집으면 반죽이 꺼질 수 있으니 윗면이 충분히 단단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습니다. 설탕을 지나치게 줄이면 이스트의 먹이가 부족해져 발효가 약해질 수 있으니 적당량은 지키는 것이 좋고요.
화려하지 않지만 담백하고 편안한 맛, 한 번 익숙해지면 냉동실에 자꾸 쟁여두게 되는 소박한 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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