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단호박을 정말 좋아합니다. 고구마도 물론 맛있지만, 단호박이 더 달고 더 건강한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단호박의 손을 들어주고 싶어요. 에어프라이어에 구워서 그냥 먹는 것도 즐겨하는데, 어느 날은 문득 수프가 먹고 싶어졌습니다. 그날 냉장고에 있던 재료들을 이것저것 넣고 블렌더로 갈아봤는데, 생각보다 너무 맛있는 거예요. 그때부터 이 레시피로 계속 만들어 먹고 있습니다.
지금 이 글 쓰면서도 생각만 해도 침이 고이네요. 내일 아침에 당장 아이들이랑 남편한테 만들어줘야겠다 싶습니다.
우유도 생크림도 없는데 왜 이렇게 부드럽고 고소할까
이 수프의 핵심은 유제품 없이도 깊고 부드러운 맛을 낸다는 점입니다. 그 비결이 바로 불린 아몬드예요. 아몬드를 6시간 이상 물에 불려서 갈아 넣으면 생크림 못지않은 고소함과 부드러운 질감이 나옵니다. 여기에 양파를 충분히 볶아 단맛을 뽑아내고, 사과를 더해 자연스러운 달콤함을 더하면 단호박만으로는 나오지 않는 풍부한 맛이 완성됩니다.
유제품이 속을 더부룩하게 만드는 분들께 특히 추천합니다. 아침에 먹어도 부담이 없고, 오히려 속이 든든하고 편안한 느낌이에요. 아몬드의 지방과 식이섬유 덕분에 단호박의 당이 천천히 흡수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하니, 혈당이 신경 쓰이는 분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만드는 법
재료 (6인분)
단호박 1개(1kg 내외), 양파 1개, 사과 1개, 불린 아몬드 2컵, 물 4컵, 소금 약간, 올리브오일 약간
- 생 아몬드는 넉넉한 물에 담가 6시간 이상 불려둡니다. 하룻밤 재워도 좋아요. 다 불렸으면 물은 버리고 깨끗이 헹궈 사용하세요. 껍질까지 벗겨주면 수프 색이 훨씬 곱게 나옵니다.
- 단호박은 반으로 갈라 씨를 긁어낸 뒤 찜기에 올려 15분간 충분히 쪄줍니다. 덜 익으면 풋내가 남을 수 있으니 푹 익히는 게 포인트예요.
- 양파는 최대한 가늘게 채 썰어줍니다. 올리브오일을 두른 냄비에 넣고 약불에서 천천히 볶아 단맛이 충분히 나오도록 해주세요. 태우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 다 쪄진 단호박은 숟가락으로 속을 긁어내 준비하고, 사과는 꼭지와 씨 부분만 제거하면 됩니다.
- 블렌더에 단호박, 사과, 불린 아몬드, 볶은 양파, 물을 모두 넣고 결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곱게 갈아줍니다.
- 갈아낸 것을 냄비에 붓고 소금으로 간을 맞춘 뒤 약불에서 천천히 데우듯 끓이면 완성입니다.
만들 때 이것만 기억하세요
단호박은 충분히 푹 익혀야 합니다. 덜 익히면 단호박 특유의 풋내가 남을 수 있어요. 찜기에 15분 이상 쪄서 완전히 익힌 다음 사용하는 것이 훨씬 맛있습니다. 아몬드는 너무 많이 넣지 않는 것이 좋아요. 견과류를 넉넉히 넣으면 고소함이 과해져서 단호박 본연의 달콤한 맛을 가려버리더라고요. 적당히 넣어야 단호박이 주인공인 수프가 됩니다. 참고로 생 아몬드 대신 구운 아몬드를 불려서 넣어도 맛있습니다. 고소함이 조금 더 살아나는 느낌이에요. 그리고 양파는 꼭 넣어주세요. 양파를 넣는 것과 넣지 않은 것은 맛이 천지차이더라고요. 양파를 넣어야 단호박의 풍미가 훨씬 살아납니다.
이 레시피는 아이들도 순식간에 한 그릇 뚝딱 비웁니다. 굉장히 부드럽고 달콤해서 야채 수프라는 느낌보다 맛있는 간식 같은 느낌으로 먹더라고요. 야채를 잘 안 먹는 아이를 둔 분들이라면 한번 도전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