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추, 왜 이렇게 몸에 좋을까요?
부추김치를 만들 때마다 속으로 '이건 진짜 초록 번개 반찬이다' 싶습니다. 익는 속도도 빠르고, 향도 강하고, 따끈한 흰밥이나 수육 옆에 두면 입안에서 봄 냄새가 확 퍼지는 느낌이거든요. 그런데 맛만 좋은 게 아닙니다. 부추는 알고 먹으면 더 애착이 가는 채소입니다.
부추(Allium tuberosum)는 '기양초(起陽草)'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예로부터 기력 보충에 좋다고 알려진 채소입니다. 부추에 풍부한 알리신(Allicin) 성분은 마늘과 같은 계열의 항균·항산화 물질로, 피로 회복과 혈액순환 개선에 도움을 줍니다. 또한 베타카로틴, 비타민 C, 엽산이 풍부해서 면역력 관리에도 좋고, 식이섬유 함량이 높아 장 건강에도 도움을 줍니다. 김치로 발효되면 유산균까지 더해지니 그야말로 '먹는 영양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부추는 재배 과정에서 농약 사용이 비교적 적고, 같은 뿌리에서 여러 번 수확할 수 있는 다년생 식물이라 환경 부담도 낮습니다. 봄 첫 수확 부추는 향이 특히 진하고 부드러워서 김치로 담그기 딱 좋은 시기입니다.
재료 준비
부추김치는 재료가 심플해서 처음 만드는 분도 부담이 없습니다. 오히려 재료가 단순하기 때문에 각 재료의 역할이 더 중요하게 느껴집니다.
재료 목록(계량 기준: 밥스푼, 200ml 계량컵)
부추 1kg
양파 1/2개 (강판에 갈아 즙 사용)
멸치액젓 150ml
매실액 100ml
새우젓 3스푼
다진 마늘 2스푼
야쿠르트 1개 (찹쌀풀 대신)
고춧가루 1컵 반 (김치용 굵은 것)
재료마다 각자의 역할이 있습니다. 멸치액젓은 깊은 짠맛과 감칠맛을, 새우젓은 특유의 향긋한 감칠맛을 더해줍니다. 멸치액젓과 까나리액젓을 반반 섞으면 맛이 더 은은하고 둥글어집니다. 매실액은 단맛과 함께 발효 속도를 조절하는 역할도 하고, 색감도 살짝 밝아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야쿠르트는 찹쌀풀 대신 넣으면 양념이 가볍고 산뜻하게 유지됩니다. 찹쌀풀을 너무 많이 넣으면 국물처럼 무겁고 텁텁해져서 부추 특유의 산뜻함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살아있는 유산균이 발효를 도와주는 건 덤입니다.
양파를 갈아서 즙을 내는 것도 포인트입니다. 다진 양파가 아니라 즙 상태로 넣으면 양념이 훨씬 부드럽고 단맛이 자연스럽게 녹아듭니다. 사과즙이나 배즙을 조금 섞어도 비슷한 효과가 있습니다. 양파채나 사과를 조금 넣으면 전체적인 맛이 훨씬 부드럽게 살아납니다.
부추 손질, 이것만 지키면 풋내 NO!
부추김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 양념보다 손질과 버무리는 방법입니다. 부추는 워낙 섬세한 채소라서 조금만 거칠게 다뤄도 금방 풋내가 올라옵니다.
먼저 부추를 씻기 전, 눈으로 꼼꼼히 확인해서 잎이 누렇게 변했거나 짓물러진 부분은 미리 뜯어내야 합니다. 짓무른 부추를 방치하면 옆 부추까지 함께 상하게 됩니다. 씻을 때는 절대 비비지 마십시오. 줄기 부분을 잡고 흔들어서 흙을 털어내듯 씻어야 합니다. 비비면 부추가 눌리면서 세포벽이 손상돼 풋내가 확 올라옵니다. 식물의 세포가 파괴될 때 나오는 효소 반응 때문인데, 부추처럼 향이 강한 채소일수록 이 반응이 더 두드러집니다.
씻은 부추는 물기를 최대한 충분히 빼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물기가 남아있으면 양념이 묽어지고, 나중에 물이 잔뜩 생겨서 물김치처럼 돼버립니다. 채반에 올려 최소 10~15분은 두거나, 키친타월로 가볍게 눌러서 물기를 제거해 주십시오.
버무릴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양념을 미리 다 만들어두고, 양념을 바르듯 줄기에서 잎 방향으로 천천히 손으로 발라줘야 합니다. 볼이 작으면 3분의 1씩 나눠서 버무리는 게 훨씬 편합니다. 양념을 묻힌 부추는 한 줌씩 집어 반으로 접어서, 양념이 많은 줄기와 상대적으로 적은 잎이 서로 맞닿게 해주면 골고루 배어듭니다.
숙성과 보관, 타이밍이 맛을 결정합니다
갓 만든 부추김치는 부추무침으로 바로 먹어도 정말 맛있습니다. 그런데 하루, 이틀 지나면서 감칠맛이 점점 올라오는 것이 부추김치의 진짜 매력입니다.
만들고 나서 실온에 반나절에서 하루 정도 두었다가 냉장 보관하면 발효가 빠르게 시작돼서 감칠맛이 훨씬 빨리 올라옵니다. 단, 여름철에는 실온 보관 시간을 줄여야 합니다. 부추는 발효 속도가 정말 빠른 채소입니다. 갓 만든 것을 상온에 너무 오래 뒀더니 다음날 너무 시어져서 결국 김치찌개행이 됐던 경험도 있습니다. 특히 여름에는 조심하셔야 합니다.
액젓 양 조절도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처음 버무릴 때 싱거운 듯한 느낌이 나야 다음날 딱 맛있는 간이 됩니다. 당일엔 '간이 약한가?' 싶다가도, 숙성되면서 짠맛이 확 살아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 만드시는 분이라면 레시피보다 액젓을 조금 적게 시작해서 조절해 보시길 권합니다.
부추김치는 너무 많이 만들어두면 빨리 시어지기 때문에 소량씩 자주 만드는 것이 훨씬 좋습니다. 참깨는 먹기 직전에 뿌려야 고소함이 살아있고, 고춧가루는 굵은 것과 고운 것을 섞으면 색감도 예쁘고 맛도 더 입체적으로 느껴집니다.
삼겹살, 라면, 비빔국수... 어느 것 하나 안 어울리는 것이 없는 부추김치, 올봄 꼭 한 번 담가 보시기 바랍니다!